안녕하세요. DDragon입니다.
저는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출퇴근으로 하루에 2~3시간 정도를 길바닥에서 보내고 있고요. 퇴근하면 쏜살같이 달려와도 오후 7시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요리를 한다거나 뭔가를 해 먹는 일이 생각만큼 자주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식사는 거르면 아니 되지 않겠습니까? 아주 가끔씩이든 무언가에 꽂혀서 자주 하게 되든, 제 마음대로 만드는 요리, 제가 해먹은 요리들을 소개해 보면 어떨까 해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워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꽤 관심을 가지고는 있고, 고깃집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고기를 굽는 것은 꽤 잘 한다고 자부하고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에 다닐 때 자취하면서는 꽤 많은 요리를 해먹기도 했었죠. 다만 특별히 배운 바가 없다 보니 정량이라는 것이 없어서 매번 과한 양을 하고는 했습니다. 물론 얼마를 하든 한 끼에 다 먹으면 1인분이죠. 저는 그랬습니다.
잡설이 길어지는 것 같으니 이만 줄이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어서 요리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토요일이지만 회사에 출근했고, 외근에 외근이 겹쳐서 하루 동안 운전을 6시간 가까이 했으며, 친한 동생이 베트남에서 귀국한 날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친구는 새벽에 도착해서 보건소에 갔다가 집으로 갔습니다. 그냥 저 혼자 기념하려고 특별하게 요리를 하는 겁니다.
"귀국은 네가 하고, 기념은 내가 한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동네 하나로마트로 달려갔습니다.
약 30분 정도 장을 보면서 고기를 비롯해 이런저런 재료들을 삽니다. 다 합쳐서 7만원 정도 장을 봤는데 고기가 전체 금액의 절반 정도가 됐습니다. 안심 스테이크에 쓸 구이용 한우 안심 1++ 등급을 샀거든요. 매우 플렉스 했습니다. 제 돈으로, 제 손으로 혼자 먹으려고 이런 고기를 사는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이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참 궁색하게 살았나 싶기도 하고, 이제 이런 것을 나를 위해 한 번씩 살 수도 있구나 하는 대견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고기 하나에 많은 기분이 드니 재미있었습니다. 아무튼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준비합니다.
이런 날을 위해 준비한 칼과 도마. 사두고 거의 두 달 만에 처음 꺼내봅니다. 그동안 미안했다.
그럼 재료들을 소개해볼까요.
한우 1++ 안심
다진마늘
새송이 버섯
통마늘
대파
청양고추
베이컨
버터
통후추
왕소금
식용유
먼저 다진 마늘입니다. 고기와 가니쉬에 마늘향을 입히면서 마지막에 바삭함까지 더해줄 아주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다음으로는 버섯, 통마늘, 대파, 청양고추, 베이컨입니다. 이 친구들은 가니쉬의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고기 메인에 베이컨 가니쉬가 들어가는 이유는 베이컨을 샀는데 한 번에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일단 살짝 양을 줄이려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너무 비싸서 아스파라거스인 척하는 청양고추를 넣었습니다. 구운 대파와 구운 마늘은 맛이 정말 좋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고, 새송이 버섯은 두 개에 한 팩인 걸 샀는데, 베이컨과 마찬가지로 두 개를 한 번에 먹기에는 많아서 오늘 하나를 먹을 예정입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기 전에 이제 고기를 준비해볼까요?
소금과 후추를 한쪽 면에 뿌려줍니다. 저는 후추를 아주 사랑하기 때문에 듬뿍듬뿍 넣습니다. 사실 이렇게 넣어도 향이 지나치게 강해지지는 않습니다. 한쪽을 넉넉하게 뿌리셨다면, 고기를 뒤집어 반대쪽도 똑같이 만들어줍니다.
꼼꼼하게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나면 이제 잠시 기다릴 차례입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이제 팬에 기름을 두르고 예열을 시작해야 합니다. 스테이크 고기는 강한 불에 빠르게 익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집에 가스레인지가 없습니다. 하이라이트가 있어서 오늘은 거기에 요리를 할 예정인데 생각만큼 잘 될지 걱정입니다. 비싼 고기를 망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프라이팬은 큰 게 좋지! 라며 호기롭게 샀는데 생각보다 너무 커서 화구 밖으로 넘쳐버렸습니다. 열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ㅠㅠㅠ 일단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고 마늘이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휘저어줍니다. 다진 마늘이 노릇노릇하게 익고 나면 버터를 두 덩어리 넣어줍니다.
버터를 넣으셨다면 이제 고기를 굽기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사실 프라이팬은 준비가 덜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밤을 새도 고기를 못 올릴 것 같아서 그냥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터 위에 고기를 올리셨다면, 다시 고기 위에 버터를 두 덩어리 얹어줍니다. 이렇게 버터를 얹어 주고 버터가 녹을 때까지 한 면을 잘 익혀주시면 됩니다..... 만, 지금은 불이 너무 약해서 몇 번 뒤집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양쪽으로 구워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 신중하게 고기를 굽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 잘 구워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드는군요.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집중해서 고기를 굽다가 채소를 넣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하.. 처음 요리하는 포스팅을 하는 거라서 어느 타이밍에 어떤 사진을 넣어야 하는지 아직 감이 오지 않네요. 아무튼 고기를 익히다가 거의 다 익었다 싶은 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고기를 건져냅니다. 그리고 채소들을 넣어 구워줍니다.
사실 채소나 가니쉬는 익는 시간에 따라서 순서대로 넣어주는 것이 정석이지만, 화력이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고, 또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에 다 때려 넣었습니다. 자취생 요리인 데다 제가 먹을 거니까 큰 문제는 없겠죠? 여러분들도 스테이크를 하실 때 채소는 그냥 다 때려 넣어서 하셔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고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ㅎㅎㅎ 괜히 [내 맘대로 쿡쿡]이 아닙니다. 정석보다는 맛과 편의를 위해!
가니쉬까지 다 익었다면 이제 플레이팅입니다. 물론 플레이팅은 뛰어난 미적 감각과 구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고도의 작업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네, 저도 그 아무나일뿐입니다. 저에게 플레이팅은 그저 먹는 순서대로 놓는 것일 뿐입니다.
정말 한껏 그럴싸하게 찍어보려고 애쓴 사진입니다. 먹을 걸 앞에 두고 여러 컷을 찍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쓴 만큼 결과물이 괜찮게 나와주면 좋지 않겠습니까? ㅎㅎㅎ 하지만 역시 담고 나니 뷔페에서 먹을 거 담고 스테이크 두 장 받아온 모습 같습니다 ㅠㅠㅠ 오늘을 위해 접시도 새로 샀는데 뭔가 아쉽네요. 아쉽다면 다른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이제 먹으러 가볼까요. 열심히 노력한 만큼 고기가 잘 익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야밤에 고기를 여 썰고 저 썰고 하기 위해서는 영화라도 한 편 틀어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썰고 써는 영화로는 [내부자들] 만한 영화가 없겠죠.
제가 좋아하는 조우진 배우님의 명대사 아니겠습니까? 여 썰고 저 썰기 위해 자리에 앉아보겠습니다. 영화를 위한 척하면서 슬쩍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갬성 조명도 켰습니다. 아무래도 음식 사진은 갬성 조명 아래에서 더 빛나는 법이죠. 조명을 받으니 제법 그럴싸합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걱정과 우려를 한껏 품었던 고기는 미디움레어와 미디움 사이의 어딘가로 구워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디움레어를 가장 선호하긴 하지만 고기에 따라 미디움으로 먹기도 하거든요. 불이 약해서 굽는 시간을 좀 길게 가져간 것이 원인인 것 같지만 그래도 풍부한 육즙과 야들야들한 육질이었습니다. 이런 날 술을 마셔야 하나 싶긴 했지만 요즘엔 술을 잘 찾지 않기 때문에 식사로만 만족하려고 합니다. 이 얼마나 건전한 기념 파티인지.
야들야들한 육질과 마늘의 바삭함, 후추의 향이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스테이크의 맛을 혼자 느꼈습니다. 같이 먹을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역시 저녁에는 혼밥이죠. 두 덩어리를 순식간에 비워버렸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요리도 했고, 오랜만에 스테이크도 썰어보았습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요리들을 할 때마다 가끔씩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배부르니 이제 쉬어야겠네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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