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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기차 여행 (동해 묵호항, 한아름 칼국수, 묵호 등대, 논골담길)

by DDragon 202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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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DDragon입니다.

 

  내일로 편이 모두 끝났지만, 아직 기차 여행은 끝이 아닙니다. 동해 묵호 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묵호항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방문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지 3년이나 지나서야 다시 방문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당시에 저는 학업과 진로, 생업 전선에 대한 복합적인 고민으로 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묵호행을 결심했습니다. 다만 겸사겸사 다른 일정도 포함하고 싶었기 때문에 묵호항에는 긴 일정으로 방문할 수는 없었습니다.

  내일로를 갈 때도 그랬지만, 기차 여행을 할 때의 저는 날씨 운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2015년 8월 25일에 출발했는데, 당시에 엄청 큰 태풍이 와서 한반도에 물난리가 났었거든요. 그러나 태풍도 막을 수 없었던 저의 여행,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청주에서 동해로 가기 위해서는 충북선을 타고 제천으로 이동해 다시 강릉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오근장역으로 바로 갈까 했지만 그래도 청주에서 출발하는데 청주역으로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청주역에서 출발했습니다. 사진에서부터 날씨가 매우 젖어 있음을 알 수 있네요 ㅎㅎㅎ

 

 

평일 오후의 한산한 모습
약 7년 전의 모습. 매우 슬림하다.

  충북선은 이름 그대로 충북에서만 다니기 때문에 평일 낮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황금시간대가 있는지도 잘 모르긴 하지만요. 아무튼 굉장히 세기말 아포칼립스 같은 기분으로 아무도 없는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려봅니다. 마스크도 없고 옷 두어 벌과 우산만 달랑 들고 출발하는 모습이 정말 계획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모습이네요. 여행은 역시 무계획이 가장 훌륭한 계획이죠. 

 

 

오근장역을 지나 음성역으로

  충북선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오근장역을 지나고 음성역도 지나고 하다보면 금방 제천역에 도착하거든요. 여기부터는 동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영주나 기타 경상도 강원도 지방으로 가는 사람들 등으로 꽤나 북적입니다. 제천역에서 내려 강릉 방면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탑니다.

 

비가 내리고 있다.

  날씨가 아무리 안 좋다 하더라도 역시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는 설렘과 기쁨이 있습니다. 멀리 보이다 빠르게 사라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정말로 여행을 떠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전에 잠시 고민을 하다 바로 출발한 길이기 때문에 부모님께도 기차를 타는 길에 전화를 드리고 오는 참이었거든요. 허겁지겁 떠났지만 역시나 잘 출발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면 이제 바다가 보이고 동해역이 나타납니다. 동해역을 지나면 금방 묵호역에 도착하기 때문에 짐을 챙기고 내릴 준비를 해둡니다. 기차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면, 특별히 촉박하게 뛰어내리는 것에 취미가 있지 않다면 내리는 준비는 미리 해두는 것이 좋겠죠 ㅎㅎ 창가로 보이는 물방울들이 날씨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시커먼 날씨와 커다란 파도들이 보이시나요? 이날은 정말 폭풍우가 몰아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태풍이 왔었는데, 하필 출발 날짜를 골라도 이렇게나 절묘할 줄은 몰랐습니다. 기차만 타면 태풍을 만나는 건 여름에 출발했기 때문일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물론 별다른 효과는 없었지만요.

 

 

아담한 묵호역의 모습

  묵호역은 상당히 아담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왠지 정감이 가는 크기라고 할까요. 겨울이면 대합실 기름 난로 주위에 모여 앉아 불을 쬐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묵호역 정문을 지나 우회전으로 쭉 가다보면 묵호항이 나옵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저는 큰 경비를 지출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묵호항까지는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든 안 오든 사실 걸어가려고 했던 참이라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습니다.

묵호역에서 우회전하면 나오는 벽화
묵호의 옛 거리. 약 7년 전이라 많이 옛날은 아니다.

  2015년의 묵호입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내일로 여행 때는 경비도 일정도 촉박해서 묵호의 여러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오늘은 전보다 훨씬 여유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도 한번 들러봅니다. 이 시장에는 특별히 맛있는 홍합칼국수가 있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한산한 시장 내부의 모습, 그리고 충북인 것이 반가워 찍은 사진

 

  아무래도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고, 평일 낮시간이라 그런지 시장 내부에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제가 가려는 가게도 사실 금방 찾을 수 있었죠. 배도 고픈 김에 아주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착한 가격의 한아름 칼국수

  한아름 칼국수입니다. 밑에 가격이 보이시나요? 홍합칼국수 한 그릇에 3,500원이라니 2015년도에도 이런 물가는 상상하기 어려웠죠. 부푼 기대를 안고 식당으로 들어섭니다. 내부는 넓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 한산한 시장 거리와는 다르게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묵호 맛집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궂은 날씨에도 찾아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상차림은 단출합니다. 홍합칼국수와 김치, 깍두기. 하지만 맛은 단출하지 않았습니다. 칼칼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뭔가 광고에 나오는 문구 같지만 어쨌든 이 음식의 맛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홍합이 우러난 국물은 비가 와서 쌀쌀했던 날씨를 한 숟가락에 모두 날려버릴 정도로 시원하고 든든했습니다. 물론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워낙 대식가이기도 하고 기차를 오래 타서 배가 많이 고팠던 참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통 일반적인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배부르게 드실 만한 양이었습니다.

  워낙 오래전에 다녀온 가게이고, 코로나 등 많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현재는 어떠한 상태일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만약 아직 가게가 유지되고 있다면 다시금 방문해서 한그릇 하고 싶네요. 오랜만에 묵호항에도 다녀오고 싶기도 하고요.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나가는 묵호항의 모습입니다. 날이 맑았다면 더 희망찬 사진이 되었을 텐데 그 점이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방문하는 묵호항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매우 설렜습니다. 

궂은 날씨 탓에 나가지 못한 배들

 

  여행 하면 점프샷을 빼놓을 순 없겠죠. 비도 오고 그래서 우산을 들고 역광으로 점프를 뛰었습니다. 한참 운동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몸이 상당히 날랩니다. 만화 캐릭터처럼 뛰어보고 싶었는데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어떠신가요? 저는 여행을 하고 나면 그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을 한동안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두는데요. 이 사진은 정말 거의 2년 가까이를 배경화면으로 해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톡 프로필로도 많이 썼습니다.

  

 

  이제 묵호항을 벗어나 숙소로 가는 길입니다. 숙소는 묵호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모텔을 잡았습니다. 이름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바닷가가 바로 보이는 오션뷰였기 때문에 밤에 정말 무서웠습니다. 비바람이 하도 몰아쳐서 밤이 새도록 창문이 덜컥거렸거든요. 유리가 깨지는 것은 아닌지 정말 두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무서운 파도들
엄청난 파도 때문에 전망대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

  파도가 보이시나요? ㅎㅎ 그래도 바다에 왔다고 바다 근처에서 걸어보려다 한 방 얻어맞은 후로는 반대편에서 걸었습니다. 홀딱 젖고 나니 비가 내리는 것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바람이 심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짐을 풀기 위해 모텔에 들어서자마자 날씨가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일까요 ㅎㅎㅎ 날씨가 조금 괜찮아져서 그 틈에 얼른 밖으로 다시 나갔습니다.

 

 

  다시 찾은 찬란한 유산 촬영지, 출렁다리입니다. 여전히 작고 아담하고, 또 한산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 오시면 이렇게 한산하게 출렁다리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고 싶어서 이렇게 된 건 아닙니다. 다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묵호의 바다를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와 등대가 나옵니다. 

  등대라고 하면 보통 바닷가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묵호 등대는 특이하게도 얕은 산 정상에 있었습니다. 더 멀리 빛을 보내기 위해서일까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특이하고 재밌는 광경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들이 있습니다. 물론 오늘 같은 날은 개점휴업입니다. 음료를 들고 나왔다가는 비 반 음료 반인 채로 버리게 될 테니까요. 그래도 넓게 보이는 시야가 마음을 한결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기분입니다. 가까이서 볼 때는 그렇게 무서웠던 파도도 멀리서 보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데, 파도 역시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네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뭔가 자연이 낭독해주는 시를 듣는 기분이랄까요.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읽거나 듣기에 가장 알맞은 시가 아닐까 합니다 ㅎㅎ 

  올라온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가면 또다른 곳이 나옵니다. 한동안 많은 도시들이 이런 느낌의 골목길을 만들었는데요. 묵호에 이 장소가 생긴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그런 거리들과 비슷한 느낌의 논골담길이 나옵니다. 이곳으로 가면 묵호 시내를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바다 뷰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신선했습니다. 

등대로 가는 길과 해뜰길

  묵호의 속살을 감추고 있는 안묵호라고 합니다. 확실히 바닷가라는, 동해라는 겉모습을 생각할 때보다 안묵호의 모습은 내륙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더 친숙하고 가까운 느낌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겨우면서도 친근한 느낌, 밀어내지 않고 포근히 안아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안묵호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급하게 출발한 묵호 기차 여행. 날씨도 도움을 주지 않는 것 같았지만, 역시 묵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큰 기대를 하더라도, 작은 기대를 하더라도 그에 맞는 모습으로 언제나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묵호와 묵호항.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찾는다면 어떤 모습으로 저를 반겨줄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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